삶은 여행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본문
지리산에 가면 연하천대피소가 있는데
거기 대피소 앞 나무판에 멋진 시가 하나 적혀있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마시라
위 사진에서 보듯이 연하천 대피소라는 표지판이 너무 예뻐서 사실 처음 연하천 대피소에 가면 왼쪽의 나무판은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두번, 세번 가다보면 나무판에 있는 글을 한번 읽어보게 되는데,
마지막 문장이 너무 가슴에 와닿는다.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지리산에 오지 마시라...
힘들어서 산에 오는 사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산에 오니까 힘들어 하는 걸까.
지리산을 종주할 때 노고단에서 시작해서 제일 먼저 만나는 대피소가 연하천 대피소인데,
사실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대피소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힘들게 힘들게 걸어와야 비로서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
재밌는게, 이름도 예쁘고 글자도 예쁘고 간식 먹고 쉬다가 화장실을 가면 다시 놀라게 된다.
대피소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냄새가 너무 심하다. ㅋㅋㅋ
사실 저 문장은 이원규님이 지으시고, 안치환님이 노래하신 시인데,
위 시 전문을 소개해 본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詩, 안치환 曲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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