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본문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게 2023년 10월 23일이니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의 감동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것같다.
바쁜 회사일정과 여러가지 세상사로 그 날의 감동이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 회사는 10년간을 재직하면 1달간 리프레쉬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올해 난 15년차인데도 10년차 리프레쉬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 고3이라 못챙기고, 코로나로 못챙기다가 5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1달 리프레쉬 휴가를 이용해서 가기에는 너무 빠듯한 시간이었다.
계획을 세운다고 세웠지만 처음가보는 곳이라서 1달 안에 정확하게 완주할 자신이 없었다.
한 달 내내 걸어본 적도 없고 고작해야 제주올레길 5일 정도 걸어본게 가장 오래 걸은 거지만, 3일째 걸으니 무릎이 너무 아파 고생한 기억이 있어 자신감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제주올레길을 걸은 인연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되었고 귀한 경험을 선사해 준 내게는 너무 소중한 추억이다.
그러던 중에 여행사 상품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판매하고 있는 정보를 알았고 두리번 거리다가 5월에 연휴를 이용하면 연차 4일만 추가하면 40일을 할애할 수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혜초여행사로 계약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정에도 없이 막연하게 여행사 계약으로 시작되었다.
책도 많이 읽고 자료도 찾고 카페도 가보고 했는데도 준비가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하필이면 출발 전에 회사일이 많아서 급하게 어찌어찌 준비해서 떠밀리듯 스페인 비행기에 올랐던 것같다.
생장에 도착했을 때는 진짜 믿기지 않았다. 내가 진짜 순례길을 걷는건가…
일단은 등산으로 체력을 키워왔으니 걷는거야 해낼 수 있을 것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막연하게나마 해낼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래도 33일이라든 도보여행은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내게 엄청한 도전과 감동을 선사해 준 건 사실이다.
초반에는 발에 물집이 생겨서 고생했는데, 물집 관리를 잘해오다가, 실수로 한군데를 잘못해서 껍질이 떨어져나가 살이 드러라는 바람에 그 고통은 말로하기 힘들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물집이 좀 좋아지니 왼쪽 정강이가 부어올라 걸을 때 마다 엄청 통증이 심해 거의 절뚝이면서 걷게 되었는데, 걷는 속도를 줄이니 많이 호전되고 붓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순례길의 매력은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뜻하지 않는 인연들과의 만남과 삶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던 것같다.
“다음에 또 갈거야?”
누군가 물어본다면, 당연히 또 갈거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때는 10키로 배낭 하나만 매고 시간에 억매이지 않고 홀연히 구름처럼 다니고 싶다.
혼자서,,, 아니면 집사람과 둘이,,,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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