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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34일 - 뻬드로우소(오 피노)에서 산티아고까지 19.4km 본문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34일 - 뻬드로우소(오 피노)에서 산티아고까지 19.4km

파티샤 2023. 7. 28. 15:26

2023년 6월 8일(목)

Pedrouzo(O Pino) → Santiago de Compostela (19.4km)

알베르게 :  Eurostar Gran Santiago

도보순례 서른세 번째날(마지막날)

 

새벽4시

이른 새벽을 틈타 어둠을 뚫고 길을 나서는 작은 짐승들처럼 우린 잠에서 깨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다른날 같으면 굉장히 이른시간이었지만,

모든 순례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 산티아고가 얼마남지 않은게다.

밖은 아직도 어둡기만 한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판초를 뒤집어 쓰고,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인 후 배낭을 맨다음 양손에 스틱을 들고 알베르게를 나선다.

모자에 달려있는 헤드랜턴이 어둠을 뚫고 멀리 도로를 비춰준다.

오 피노(O Pino) 마을은 순례길에서 벗어나 있어서 순례길로 합류하기 위해 까미노 표식을 잘 찾아야 한다.

여러 지인들과 같이 움직일 수 있어서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초반부터 산길로 이어져있었다.

어둡기만한 까미노 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한발 한발 내딛는다.

일행들 모두 잘 따라오고 있는지 가끔 돌아보면서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그렇게 지금까지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금껏 800키로를 걸어온게다.

 

서서히 동은 터오고 드디어 산티아고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오전9시

제주도 간세가 있는 몬테 데 곤조(Monte do Gozo)를 경유해서 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저 멀리 산티아고 도시가 보이고 아주작게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세를 외치는 순례자 동상들을 바라보니 기분이 묘하다. 감격스럽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스페인에 제주도 간세가 있다니, 신기해서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오전11분

산티아고 시내를 가로질러 드디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으며 대성당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800키로를 걸어 산티아고 대성당에 와있다는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일행들과 서로 부퉁켜 안으며 서로를 격려도 해주고 기념사진도 찍어본다.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즐겁게 웃는 사람,

바닥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

흥겹게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만세를 외치는 사람,

멀리서 이를 지켜보면서 흐뭇해하는 사람,

그리고 기둥에 누워 한달간의 피로가 밀려왔던지 모자를 눌러쓰고 누워있는 사람,

감격에 겨워 울고 있는 사람,

서로를 쓰다듬으며 격려해주고 있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화하고 있는 사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동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바닥에 앉아 턱을 괴고 골똘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

순례자여권과 인증서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

 

모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리라.

여기까지의 여정이 어떻게 흘러왔던지 간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특별히 나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벽에 만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거리 표지석

이제 이녀석과도 안녕이란 말인가.

왠지 씁쓸해진다.

 

새벽에 어둠을 틈타 우린 목적지 산티아고로 출발한다

 

성당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잠시 쉬면서 고향의 커피 카누를 마셔본다

 

빌라마이오르(Vilamaior) 마을에 도착하니 이제 10.140키로 남았다

 

이건 정확히 10키로미터 기념석

 

동이 떠오면서 비는 개고 하늘이 맑고 푸르다 

 

Monte do Gozo에는 유명한 순례자 동상과 제주도 간세를 볼 수 있다

순례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들러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산티아고 시내를 통과한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

 

산티아고 인생샷~

 

한동안 멍하니 바닥에 앉아 스스로를 기념해본다

 

이 녀석, 고생 많았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모여있는 여러 순례자들의 모습

 

 가장 중요한 산티아고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함

산티아고 대성당 지하에 모셔져 있다.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다.

성 야고보의 유해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진짜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룬 순간인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은 마무리된다.

무엇보다도 기쁨이 큰 것같다.

지금까지 800키로를 걸어온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파하고 절망도하고 감격도하고 놀라기도하고 뉘우치기도하고 즐겁기도한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래도 오길 잘 한 것같아 다행이다.

나를 더 발견한 것같고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고 넓어진 것같은 생각이든다.

 

이제 한국에 가면 보고싶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하지만 이날의 감격과 감동은 잊지 말고 가슴 깊이 새기리라 다짐해본다. 

 

부엔, 까미노~